'데몬 헌터' 밴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상표권 소송

'데몬 헌터' 밴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상표권 소송
AI 생성 이미지

25년간 ‘데몬 헌터’(Demon Hunt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미국 크리스천 메탈 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악마 사냥꾼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케이팝 걸그룹을 그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밴드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한참 전부터 자신들이 쌓아 온 상표에 넷플릭스가 무임승차했다고 주장한다. 이 소식은 영국 BBC가 처음 보도했고, 이 작품이 명실상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도 연예 매체들이 잇달아 전했다.

25년 동안 쌓아 온 이름

데몬 헌터는 한몫 챙기려고 급조된 청구인이 아니다. 이 메탈 밴드는 사반세기 동안 같은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투어를 돌았다. 상표권 주장의 토대가 되는 ‘지속적인 상업적 사용’을 충분히 쌓을 만한 세월이다. 소장의 핵심은 누가 봐도 분명한 겹침이다. 넷플릭스 영화 제목 안에 밴드 이름이 글자 그대로 들어가 있고, 양쪽 모두 음악과 맞닿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이웃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한쪽은 음반과 굿즈를 팔고, 다른 쪽은 극중 가상 아이돌의 사운드트랙이 실제 차트에까지 오른 애니메이션 판타지를 판다.

어쩌면 영화 자체보다 이 마지막 대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영화 제목이 아니라 사운드트랙 발매, 굿즈,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상업적 세계의 중심축이며, 그 세계는 실제 음악 활동과 거의 똑같이 굴러간다. 가상의 그룹이 현역 뮤지션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하면 영화 제목과 음악 브랜드 사이의 경계선은 긋기 어려워진다. 상표 분쟁이 자라나는 곳이 바로 이런 모호한 지대다.

흥행작이라서 더 아픈 소송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에는 곤혹스러운 시점에, 한국 콘텐츠 업계에는 시사점이 큰 시점에 날아들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트리밍 시대를 대표하는 K콘텐츠 성공작 중 하나가 됐고, 한국 매체들이 으레 ‘케데헌’으로 줄여 부르는 이 제목은 아이돌 문화가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됐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명사가 됐다. 망한 영화를 상대로 한 소송은 각주에 그치지만,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한 소송은 협상 지렛대가 된다. 작품의 상업적 발자국이 커질수록 법원이 침해를 인정할 경우의 잠재적 부담도 커지고, 넷플릭스가 시비를 끝까지 가리기보다 합의를 택할 유인도 강해진다.

K콘텐츠 붐을 지켜보는 한국 스튜디오와 기획사들에게 이번 분쟁은 성공과 함께 몸집을 키우는 리스크의 생생한 사례다. 악마, 헌터, 아이돌 같은 장르 어휘로 지은 제목은 기획 단계에서는 무난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바로 그런 평범해 보이는 영어 단어들이야말로 선행 상표가 숨어 있기 쉬운 자리다. 케이팝 팬 대부분이 이름조차 몰랐던 미국 밴드가 이 이름을 25년간 지켜 왔고, 그 충돌이 값비싼 문제가 되기까지는 글로벌 히트작 하나면 충분했다.

법원이 따져 볼 쟁점

법정 다툼이 끝까지 간다면 승부는 익숙한 심사 기준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소비자가 밴드와 영화 사이에 제휴 관계가 있다고 혼동할 만한지, 그리고 넷플릭스가 이 문구를 빌려 온 브랜드로서가 아니라 작품과 예술적으로 관련된 표현으로 쓴 것인지다. 제목이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는 경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받아 왔고, 악마를 사냥하는 케이팝 스타들의 이야기라는 이 영화에는 분명한 ‘설명적 제목’ 방어 논리가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가 음반 발매와 굿즈로 확장된 점이 그 논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음반과 굿즈야말로 밴드의 상표가 효력을 발휘하는 바로 그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보도에는 밴드가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나 원하는 구제 방식이 나와 있지 않고, 넷플릭스도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전례 없는 속도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찍어 내는 업계가 새겨야 할 교훈은 이미 분명하다. 제목의 권리 확인은 더 이상 내수 시장에 국한된 요식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공개 첫날부터 전 세계로 나가는 시대에는 법적 리스크도 함께 배에 실려 나간다.

Sources (2) — Newsen · Newsis (Entertainment)
Broadcast & Streaming 케이팝 데몬 헌터스넷플릭스 소송데몬 헌터 밴드상표권 침해K콘텐츠 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