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 AI 음악 등록 기준 전격 철회… "국회·정부와 다시 만든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곡도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새로 마련했던 신고·등록 기준을 철회했다. 협회는 독자 시행 대신 문화계와 국회, 정부의 협의를 거쳐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최대 음악 신탁관리단체와 협회가 대변하는 작곡·작사가들은 “기계가 어디까지 개입한 곡에 저작권료를 인정할 것인가"라는 업계 최대 쟁점에 대한 확정된 답을 다시 잃게 됐다.

시행도 하기 전에 접힌 등록 기준

협회는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작품을 협회에 신고·등록할 수 있게 하는 공식 기준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등록이 이뤄지면 해당 곡은 협회가 회원을 대신해 운영하는 저작권료 징수·분배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 틀이 이번에 거둬들여졌다. 협회는 철회를 알리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문화계 전반과 논의하겠으며, 등록 기준은 국회·정부와 함께 다시 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후퇴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등록이 곧 돈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협회에 등록되지 못한 곡은 방송·스트리밍·공연 등 각종 이용에 대한 징수 체계 바깥에 놓인다. AI 활용곡이 언제 등록 자격을 갖는지 정하는 규정은 사실상 “누가 저작권료를 받는가"를 정하는 규정이며, 협회의 기준 마련 시도가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왜 이토록 정리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협회가 AI 음악 문제와 씨름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협회는 등록 신청 작품이 AI 개입 없이 만들어졌음을 창작자가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제한적 입장을 취해 왔다. 기계가 만든 곡이 저작권료 재원을 희석할 수 있다는 인간 창작자들의 불안을 반영한 조치였다. 그런 입장에서 부분적으로나마 AI 활용 작품을 공식 수용하는 틀로 옮겨가는 것은 상당한 정책 선회이고, 이 급격한 방향 전환 자체가 문제의 한 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바탕이 되는 법적 지형도 정리돼 있지 않다. 한국 저작권법은 대다수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데, 사람이 AI 산출물을 지시·편집하거나 그 위에 창작을 쌓는 혼합형 창작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입법되지 않았다. 신탁관리단체가 이 입법 작업에 앞서 자체 인정 기준을 만들면, 법적 근거 없이 사실상의 국가 표준이 생겨날 위험이 있었다. 게다가 그 선이 어디에 그어지느냐에 생계가 걸린 작곡가·작사가·음악출판사의 동의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창작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나

당장 AI 도구를 쓰는 작곡가들은 다시 공백 상태에 놓였다. AI 활용 작품을 협회에 등록할 수 있는 승인된 경로도, 인간의 기여가 어느 정도면 충분한지에 대한 공표된 기준선도 없다. 데모 제작이나 편곡, 사운드 디자인에 AI를 조용히 활용해 온 창작자들은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등록에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지 계속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

협회가 국회·정부를 끌어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다음 기준은 협회 내부 규정이 아니라 더 넓은 정책 과정에 묶여 나올 가능성이 크다.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협회 회원을 넘어 법적 무게를 가질 공산이 커지고, 다른 국내 신탁관리단체와 플랫폼이 AI 활용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협회 하나로 끝나지 않는 판돈

한국 음악 산업은 수출 동력이고, AI 저작자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한국 레퍼토리를 라이선스하는 해외 권리자들과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들이 지켜보는 사안이다. 다른 나라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도 같은 문제에 부딪혀 있다. 회원들이 이미 쓰고 있는 도구를 제도가 따라가면서도, 저작권의 토대인 인간 창작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다. 논의를 입법부로 돌린 협회의 선택은 정당성이 지연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 건 승부수다. 다만 창작자들이 그 기다림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협회가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Sources (2) — Yonhap News Agency · Newsis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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